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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독하게 버틴 내 공시생 시절이 떠오른 드라마

by 박디토 2026. 3. 11.

저에게 공시생 시절은 이상한 감정을 남긴 시간입니다. 돌아보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금의 저를 만든 시간이기 때문에 꽤 큰 자부심도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혼술남녀를 다시 떠올리면 단순한 드라마 한 편이라기보다, 그 시절의 저를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 듭니다.

2016년 tvN에서 방영된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공시생들과 강사들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꽤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한 번쯤 자신을 너무 몰아붙여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장면이 많습니다.

노량진 공시생 시절을 떠올리게 한 드라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먼저 반가웠던 건, 제가 실제로 듣던 국어 1타 강사였던 이선재 선생님이 카메오로 등장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반가웠어요. 수업도 체계적이고 재미있게 해주셔서 국어는 늘 고득점을 유지하던 과목이었거든요. 현장 강사가 카메오로 등장할 정도면, 이 드라마가 노량진 학원가 현실을 꽤 잘 담으려고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술남녀 이선재 카메오 출연

드라마 속 노량진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드는 장소로도 보입니다. 저도 그 시절에는 제 자신에게 정말 엄격했습니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걸 거의 죄처럼 여겼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계단 오르기 100층씩 하고, 유튜브 홈트레이닝으로 체력을 키우고, 오전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다녀오고, 오후부터 밤까지는 스톱워치로 순공 시간을 재면서 최소 8시간 이상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기대기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에 더 독하게 버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때 나를 너무 몰아붙였던 건 아닐까? 조금은 나를 달래고 위로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았더라면, 그 시간이 덜 아프지 않았을까 하고요.

혼술이라는 위로를 그때의 나는 몰랐다

혼술남녀라는 제목처럼 이 드라마에는 혼자 술을 마시는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하루를 버티고 난 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속도로 마시는 술 한 잔이 하나의 위로처럼 그려지죠.

공시생이던 저에게는 당시 혼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에게 술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쉬는 시간마저 아깝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직장인이 된 저는, 드라마 속 진정석의 대사가 유난히 와닿았습니다.

“친목도모를 하는 회식보다는 혼술. 강요로 억지로 마시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즐기며 마실 수 있으니까. 듣기 싫은 이야기, 잘 보이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 쓰지 않아도 되니까.”

이 말이 정말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하루 종일 상사에게 치이고, 동료와 외부인들에게까지 에너지를 쓰고 나면,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더 절실할 때가 있잖아요. 저는 MBTI상 꽤 외향적인 편이라 회식도 즐기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 저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더라고요.

혼술은 단순히 혼자 술을 마시는 행동이 아니라, 저에게는 나를 달래고 위로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남들과 맞추지 않아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공시생 시절의 저도 그런 숨구멍 하나쯤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공감은 꽤 깊다

물론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진정석과 박하나의 티격태격 로맨스가 중심축이고,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관계도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기만 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공시생 진공명처럼, 정말 내가 공무원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이 길을 걷는 건지 고민하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저는 이 설정도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노량진에는 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잃은 채 버티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요.

또 그 시절의 인간관계도 떠오르게 했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던 사람들은 동료이기도 했고, 때로는 경쟁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게 해준 것도 결국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혼술남녀는 그런 노량진의 치열함과 따뜻함을 적당한 균형으로 담아낸 드라마였습니다.

지금의 내가 봐서 더 와닿았던 이유

공시생일 때 이 드라마를 봤다면 아마 저는 “왜 저렇게 자꾸 술을 마셔?” 하면서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직장인이 되어 다시 떠올려보니, 그 혼술이 왜 필요한지 너무 잘 알 것 같았습니다.

혼술남녀는 저에게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독하게 버티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제가 왜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본 적이 있는 사람, 노량진이라는 공간을 지나온 사람, 혹은 한때 너무 열심히 살아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었던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며 각자의 시절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유쾌하게 시작하지만,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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