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찾기 시리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저는 이 드라마를 대학생 때 처음 봤습니다. 올포유 노래 전주만 들려도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가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냥 90년대 향수 자극하는 드라마겠지” 하고 가볍게 틀었습니다. 그런데 몇 화를 지나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응답하라 1997은 단순한 복고 드라마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첫사랑과 친구 사이의 진심을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997년 당시 저는 유치원생이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이 꽤 생생합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언니와 둘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우리 집 TV에서는 항상 음악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세 살 많은 언니는 H.O.T.의 엄청난 팬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애가 뭘 안다고 아이돌을 그렇게 좋아했을까?” 싶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전국적인 열풍이었죠.
복고를 넘어선 청춘 서사와 캐릭터의 힘
응답하라 1997은 과거 학창 시절과 현재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런 방식은 이중 시점 구조라고 하는데,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보여주며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서사 방식입니다.
정은지가 연기한 성시원은 H.O.T.의 열성 팬으로 등장합니다. 방 안에 브로마이드를 붙이고 공중전화로 팬클럽 활동을 하며 콘서트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이 드라마 곳곳에 등장합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계속 언니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에도 브로마이드가 정말 많았거든요. 언니는 음악 프로그램을 항상 틀어 놓고 H.O.T.의 캔디 춤을 따라 췄습니다. 저는 옆에서 덩달아 따라 추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언니는 노래가 나오면 테이프를 사서 계속 틀어놓곤 했고, TV 역시 늘 음악 프로그램이 켜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또래 친구들보다 아이돌 노래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꼬마였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 성시원이 공연을 보러 가고 팬 활동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 언니도 저랬었는데…” 하며 괜히 추억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서인국이 연기한 윤윤제는 말수가 적지만 한 사람을 오래 좋아하는 직진형 캐릭터입니다. 표현은 서툴지만 시원을 향한 마음만큼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이 캐릭터가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첫사랑이라는 감정은 드라마처럼 화려하기보다, 오히려 말하지 못한 마음과 서툰 행동으로 남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남편 찾기 장치와 현실적인 친구 관계
응답하라 1997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남편 찾기' 구조였습니다. 드라마는 성인이 된 시점에서 시원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먼저 보여주고, 남편이 누구인지 마지막까지 숨깁니다.
이 장치 덕분에 시청자는 작은 단서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 드라마에서 더 좋았던 부분은 친구 관계였습니다. 성인이 된 주인공들이 동창회에서 만나 여전히 학창 시절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중학교 친구들과 어느덧 2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고, 금세 예전 이야기로 웃게 됩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여전히 그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응답하라 1997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도 바로 이런 공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사건보다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청춘의 기억을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올포유 노래만 들어도 자동으로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언니가 브로마이드를 모으고 공연 이야기를 하던 모습, TV 앞에서 함께 캔디 춤을 따라 추던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모두 생생합니다.
응답하라 1997은 단순히 과거를 소비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 시절의 감정과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웃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