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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 덕질 이야기처럼 남은 드라마

by 박디토 2026. 2. 22.

주변에서 "진짜 미쳤다, 너도 꼭 봐"라는 말을 세 번쯤 들으면 결국 보게 되는 법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2024년 5월, 친구들이 연일 단톡방에 변우석 짤을 올려대길래 "뭐 이렇게까지 난리야" 싶었는데, 막상 1화를 틀자마자 새벽 3시까지 정주행 했습니다. 솔직히 큰 기대 없이 눌렀는데, 한 화만 보고 끄려고 했던 드라마를 이렇게 한 번에 다 본 건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2008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죽은 최애 아이돌을 구한다는 설정인데, 막상 보다 보니 단순한 타임슬립 이야기라기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기억을 건드리는 쪽에 더 가까운 드라마였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시간여행물이 아니라 덕질 다큐였던 이유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설정 자체보다 주인공이 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임솔이 과거로 가는 이유가 연인도 가족도 아니라 '최애 아이돌'이라는 점이 처음엔 좀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오히려 그게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오래 좋아해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힘든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 번쯤은 "내가 뭐라도 해줄 수 있었다면"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드라마 속 솔이는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설정이 비현실적인데도 감정은 묘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거 같아요.

보다 보니 시간여행이라는 장치 자체보다, 한 사람이 누군가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해왔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로맨스보다 덕질에 더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꽤나 덕질을 오래 해본 경험이 있던 사람이거든요. (BTS를 좋아합니다.)

2008년을 너무 잘 아는 드라마의 디테일

저는 1990년대생인데,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 진짜 저때 저랬지" 하면서 화면을 멍하니 바라본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싸이월드 일촌 맺기, MP3에 윤하의 '우산' 넣어 듣기, 전자사전으로 게임하기, 캔모아에서 만난 친구들과 놀던 기억까지. 2008년~2009년의 현실 고증이 너무 정확해서 타임슬립을 한 건 솔이가 아니라 저였던 것 같았습니다.

특히 김형중의 '그랬나봐'가 전주부터 흘러나오는 순간, 저는 고등학교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그때 친구들과 안무 따라 하던 기억까지 되살아났습니다. 러브홀릭의 '러브홀릭'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 자동으로 감성이 2008년으로 돌아가더군요.

드라마는 단순히 소품만 2008년풍으로 배치한 게 아닙니다. 당시 10대들의 말투, 행동 패턴, 관계 맺기 방식까지 섬세하게 재현했습니다. 솔이가 선재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선재가 솔이를 대하는 태도도, 그 시절 고등학생들이 실제로 그랬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레트로 감성을 노렸다는 느낌보다, 그 시절을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 만들었구나 싶은 디테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는 동안 몰입이 훨씬 쉬웠습니다.

변우석과 김혜윤이 만든 완벽한 케미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책임진 건 결국 배우들이었습니다. 변우석은 드라마 방영 당시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휩쓸었습니다. 키 큰 훈남 외모에 스위트한 말투, 솔이를 지켜주는 든든한 모습까지. 드라마 속 선재가 아이돌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변우석도 현실에서 엄청난 팬덤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도 보면서 여주인공 시선으로 감정이 따라가더군요. 특히 눈 오는 장면에서 선재가 기억을 되찾는 순간은, 드라마 보다가 진짜 오랜만에 감정이 올라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솔이는 그동안 혼자 기억을 안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선재도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한 번에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꽤 오래 남습니다.

김혜윤의 연기력도 한몫했습니다. 스카이캐슬에서도 그랬지만, 김혜윤은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연기를 합니다. 솔이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선재를 좋아하는 팬이 아니라, 선재의 삶을 진심으로 아끼고 지키려는 한 사람으로 느껴진 건 김혜윤의 야무진 연기 덕분이었습니다. 두 배우의 키 차이도 화면에서 완벽하게 어울렸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솔직히 이 드라마는 개연성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몇몇 설정은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전개가 급하게 넘어가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부분이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논리보다 감정으로 따라가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그래서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이런 드라마들은 여운을 남긴다면서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솔이가 해온 선택들을 보상해줬습니다. 선재도 살고, 솔이도 다치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끝난 점이 저는 좋았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기분이 편안하게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구나. 솔이가 시간까지 달려가며 선재를 구했던 것처럼, 우리도 주변 사람 한 명쯤은 그렇게 진심으로 아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선재 업고 튀어는 단순한 타임슬립 로맨스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 드라마였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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