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더 글로리 후기: 두 번은 못 보겠지만 강렬했던 드라마

by 박디토 2026. 2. 26.

시즌2가 공개되던 날, 넷플릭스 서버가 마비됐다는 뉴스를 보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도 그 순간 접속 버튼을 누르고 있었거든요. 더 글로리는 그렇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시즌1을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시즌2 공개를 기다렸고, 저 역시 그 열기 속에 있었던 셈이죠. 학교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괴롭힘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끝까지 시청자를 붙들어 놓은 힘은 단순한 복수 서사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되갚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학교폭력 묘사의 현실성과 고데기 장면의 충격

더 글로리를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괴롭힘 장면들이었습니다. 특히 고데기 장면은 보기 힘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돼서, 제 피부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자극적이기만 한 장면이었다면 눈을 돌렸을 텐데, 그 장면이 왜 필요한지 느껴졌기 때문에 쉽게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처럼 보였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제 학창시절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저는 친한 친구들과 하하호호 어울려 지내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마다 한 두명씩 유난히 조용했고 외로웠던 친구들이 떠오르더군요. 대놓고 심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어도,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은근히 놀림을 받던 친구들 말입니다.

문동은을 보면서 그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아이들도 지금은 어른이 되었겠죠. 학창시절의 기억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지, 잘 지내고 있을지 괜히 마음이 쓰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복수의 통쾌함보다 그 친구들 생각이 더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송혜교 연기와 임지연의 자연스러운 악역 소화

솔직히 말하면 송혜교 배우의 연기가 제게는 약간 어색하게, 혹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배역 자체는 잘 소화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였을까요. 말투나 시선 처리에서 미묘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져 몰입감이 살짝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차갑고 건조한 말투,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표정이 의도였겠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번 역할은 그녀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임지연 배우는 정말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드라마로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도 당연해 보였습니다. 박연진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악에 익숙해진 인물인데, 그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될 만큼 감정 표현이 설득력 있었습니다. 단순히 나쁜 인물이 아니라, 자기 세계 안에서 당연하게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보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조력자 '주여정'의 존재였습니다. 문동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주여정이 만능으로 해결해주는 모습이 개연성이 떨어져 이야기의 긴장감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러브라인까지 더해지니 복수 서사의 집중도가 흐려진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 글로리

복수 서사의 치밀함과 제가 생각하는 진짜 복수

문동은의 복수는 감정에 휘둘린 방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된 계획처럼 보였고 연진의 남편, 딸, 친구, 부모 등 주변인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과정은 마치 체스 게임처럼 정교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통쾌하기보다 서늘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당신의 지옥은 언제 시작됐나요?"라는 대사는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그동안 쌓여온 시간의 무게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복수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과연 가장 강한 복수일까 하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복수는, 드라마처럼 피의 복수가 아니라, 내가 정말 잘 살아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안고도 자기 삶을 단단히 꾸려가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큰 되갚음이 아닐까요? 그래서 문동은의 복수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있을 그 시절 외톨이 친구들이 잘 살아가고 있기를 바랐습니다. 복수 대신 회복을 선택한 삶을 살고 있기를요.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더 글로리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건 질문이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피해자의 분노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복수는 정당한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 말입니다.

더 글로리는 두 번은 보기 힘들 만큼 무거운 드라마였지만, 단 한 번의 시청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상처를 직면하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던 드라마였습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정보요정 박디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