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방영된 꽃보다 남자는 KBS2에서 최고 시청률 35.6%를 기록한 초대박 드라마입니다. 중학생이었던 저는 일본 원작을 먼저 봤고, 고등학생 때 한국판을 보며 학창 시절 내내 이 드라마와 함께했습니다. 너무 재밌게 봤던 드라마라 만화책으로도 여러 번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떠올려보고 지금 생각하면 선정적인 학교폭력 장면도 많았는데, 당시엔 그게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공감했던 신데렐라 스토리
여러분도 학생 때 재벌과의 로맨스를 꿈꿔본 적 있으신가요? 상상력이 풍부했던 학창 시절 저는 수업 시간 때 종종 백마 탄 왕자님이 이 지루한 수업을 끝내주러 앞문으로 들어오는 상상을 가끔 하곤 했습니다 ㅎㅎ... 드라마에서 금잔디는 평범한 세탁소집 딸로 신화학교에 특례 입학하면서 F4의 리더 구준표를 만나게 됩니다. 저도 교복을 입고 이 드라마를 보며 금잔디에게 엄청 감정이입했습니다.
금잔디가 빨간 딱지를 받고 지독하게 괴롭힘 당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솔직히 요즘 같으면 방송 불가 수준의 학교폭력 장면이었죠. 학교폭력 자체가 사회적 문제로 많이 떠오르기도 하고, 연예인들도 과거에 학교폭력 전과가 있다고 한다면 나락 가는 건 한순간인 요즘이죠.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집단폭력의 장면도 나오고 가학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가난한 여고생이 최고 재벌 도련님과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가 당시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제 주변 친구들도 전부 이 드라마에 빠져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교실에서 전날 방송분 이야기로 난리였죠. 오글거리는 대사를 기억하고 밈처럼 사용하며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잔디 진짜 불쌍해", "구준표 왜 저래" 같은 대화가 쉬는 시간마다 오갔습니다.
터무니없지만 중독적이었던 막장요소
이 드라마를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장면 투성이였습니다. 구준표가 금잔디 집을 부숴버리고, 헬기로 등장하고, 무인도에 둘만 남겨지는 전개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제가 직접 다시 봤는데 대사들이 너무 오글거려서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황당한 요소들이 웃기면서도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F4를 만났다면?" 하는 상상을 안 해본 여학생이 없었을 겁니다. 드라마 속 재벌들의 생활, 해외 로케이션, 럭셔리한 파티 장면들이 현실감은 없었지만 보는 재미는 확실했습니다.
당시 개그콘서트에서 꽃보다 남자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사회적 현상이었습니다. 구준표의 파마머리는 지금까지도 예능에서 개그 소재로 쓰입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화제성 하나로 밀고 나간 드라마도 드물었습니다.
지금도 회자되는 OST 명곡들
혹시 "거의 다 왔어"만 들어도 어떤 노래인지 아시나요? 꽃보다 남자는 모든 OST가 히트한 유일한 드라마였습니다. 티맥스의 '파라다이스'는 F4 테마곡으로 지금도 2000년대 명곡으로 꼽힙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SS501의 '내 머리가 나빠서'였습니다. "내 머리가 너무나 나빠서~"라는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올랐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샤이니의 'Stand by me'는 최근 온유가 음악 방송에서 다시 불렀을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죠. 제목만 들어도 어떤 드라마에서 나왔는지 거의 전 국민이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Ashily의 'Lucky'는 가수 이름은 몰라도 곡은 다 아는 그런 노래입니다. 저는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MP3에 담아 매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들어도 그때 그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정리하면, 꽃보다 남자는 분명 연기력 논란도 있었고(지후 선배와 송우빈의 발연기는 심각했습니다) 비현실적인 전개도 많았지만, 그게 오히려 10대들에게는 최고의 판타지였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촌스럽고 오글거리지만, 그 시절 제 학창시절의 일부였고, 친구들과 함께 열광했던 추억의 드라마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래서 더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됩니다.